정신건강 프로그램, 투자 대비 성과는?
이 글은 동아비지니스리뷰(DBR) 226호 (2017년 6월 Issue 1)에 게재된 이머징 장은지 대표의 스페셜 리포트 ” 고령 근로자가 함께 일할 환경인가? 그렇다면 당신의 조직엔 미래가 있다” 중에서 조직원 정신건강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선진 기업과 그 효과에 대한 내용을 발췌한 글입니다.
인구구조 변화가 현실이 되고 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의 대응은 굼뜨기만 하다. 노령화, 청년층 인재 유입의 어려움 등 예상되는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다음 5가지 제언에 따라 기업이 당장 움직여야 한다.
1) Planning: 인구절벽에 대비한 HR 데이터 애널리틱스를 시작하라.
2) 노령화로 우려되는 생산성 하락의 방지 1: 한국형 조직 운영 방정식에서 탈출하라.
3) 노령화로 우려되는 생산성 하락의 방지 2: 직원의 건강을 CEO의 우선순위 어젠다로 삼아라.
4) 역량 있는 근로자의 이탈(outflow) 방지: 조직 내 커리어의 성공을 재정의하라.
5) 청년 인력을 유입(inflow)할 수 있는 고용 경쟁력 확보: 단기적으로는 청년 고용의 질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다양성을 확보하라.
(중략)
“직원의 건강을 CEO의 우선순위 어젠다로 삼아라”
인구절벽의 사회에서는 기업에 ‘직원의 건강’이 매우 큰 경쟁력이 된다. 그래서 많은 해외 기업들이 직원들의 건강을 증진하고 이를 통해 업무에 대한 몰입 및 생산성을 증대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크게 두 가지 종류로 나눌 수 있는데 첫 번째는 (주로 생산현장에서) 고령 근로자 친화적인(Age-Friendly) 작업장 환경을 구축함으로써 노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에 대응하고자 하는 것이고, 두 번째는 직원들이 건강문제로 조직에서 이탈하지 않고, 업무에 더 몰입할 수 있도록 직원들의 전반적인 건강을 관리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우선 고령 근로자 친화적인 업무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하면 기업들은 대규모의 설비 또는 시설 투자를 떠올리기 쉬운데 사실 그렇지 않다. 본 글의 서두에 언급한 BMW의 ‘2017 Ergonomics’ 프로젝트의 경우에도 파일럿 팀의 작업장 환경 개선에 들어간 총비용은 4만 유로, 한화로 5000만 원 미만이었다. 총 70가지의 변화가 있었지만 이 중 새롭게 개발해야 하는 도구들은 대학과 산학협동 프로젝트 형태로 진행해 비용을 줄였다. 또 다른 예시로 세계적인 사무기기/문서관리 기업인 제록스(Xerox)가 있다. 2012년 제록스는 생산직 직원들이 주로 겪는 업무 관련 상해 또는 질병 중 ‘근골격계장애’가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조직의 노령화가 지속할 경우 이러한 상황이 향후 공장의 생산성에 심각한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에 제록스는 작업 시에 인체 부담을 줄이는 간단한 작업 방식을 소개하는 활동뿐만 아니라 인체 노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대한 내부 교육을 실시, 직원 개개인이 스스로 대비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프로그램 역시 큰 비용 없이도 상당한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좋은 예다. 미국 컬럼비아대 노화연구센터(Columbia Aging Center)의 슈타우딩거(Ursula M. Staudinger) 교수는 지멘스와의 인터뷰에서 “완벽한 작업환경이란 없으며 작업자가 얼마나 나이를 먹어가느냐에 따라 (요구되는 작업환경이) 계속 달라질 수 있으므로 모든 상황에 맞는 완벽한 환경을 한 번에 조성하기는 어렵다”며 “다만 젊은 시절과 같은 자세로 10년 이상 일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또한 글로벌 선진 기업들은 고령 근로자뿐만 아니라 전체 조직원들의 전반적인 건강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예전보다 훨씬 더 많은 관심을 쏟고 있다. 주목할 점은 기업들이 조직원들의 신체적 건강(Health)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건강과 정서적인 측면을 모두 포괄하는 형태의 ‘웰니스(Wellness)’ 개념에 기반해 접근하고 있다는 것이다. 글로벌 소비재 기업인 유니레버(Unilever)는 몇 년 전부터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주요 전략 어젠다로 ‘직원의 건강 및 웰빙을 통해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해왔다. 특히 ‘흡연, 운동 등의 라이프스타일적 요인’ 및 ‘업무상 유발되는 반복된 근육손상’과 함께 ‘정신적 건강(Mental Health)’을 성과창출을 저해하는 톱 3 건강 리스크 요인으로 꼽으며 지역별로 특화된 정신건강 관리 프로그램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램프라이터(Lamplighter)’라는 이름을 가진 이 차별적 직원 건강관리 프로그램은 지금까지 지역별로 프로그램 투자 비용의 4∼10배에 달하는 생산성 향상 효과를 거둬들였다고 한다. 유니레버의 정책은 직원의 육체적, 정신적 건강이 실제 기업의 성과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음을 증명함과 동시에 향후 노령화 사회에서 기업의 차별적 경쟁력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하겠다.
(중략)
나오며
인구구조 변화, 특히 노령화는 우리 조직에 위협이 될 수도 있으나 동시에 한국 기업들이 구조적인 문제로 그동안 미뤄왔던 ‘글로벌 기업 조직 운영방식으로의 변화’를 어쩔 수 없이 실행해야 하는 계기로 삼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더 이상 수직적이고 위계적인 조직구조와 이에 기인한 한국형 조직방정식, 조직문화가 성장을 이끌어오던 시대는 유효하지 않다. 직무 중심의 인사를 기반으로, 연령뿐만 아니라 성별/경험 및 배경이 다양한 조직원들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조직원들이 최대한의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육체적이고 정신적/심리적 건강을 보살피는 것을 조직의 주요 과제로 인식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통해 수평적이고 민첩한 조직문화를 구축해 나가는 기업만이 인구절벽의 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다. 더불어 각 기업의 HR들은 근로자들의 다양한 생애주기(Life Cycle)와 커리어 목표를 조직의 총체적인 니즈와 맞춰 나가기 위해 지금보다 훨씬 더 면밀하고 과학적인 워크포스 플래닝(workforce planning)을 하기 위한 충분한 역량을 갖춰나가야 할 것이다.
장은지 이머징(Emerging Leadership Interventions) 대표
필자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미국 시카고대에서 MBA를 취득했다. 모니터그룹, 액센추어 등 글로벌 전략컨설팅 펌에서 컨설턴트로 일했고, 맥킨지 서울사무소 맥킨지리더십센터장을 지냈다. 국내외 유수 기업 대상 전략 및 조직개발, 리더십/인재육성 관련 프로젝트를 15년간 수행했으며 대한상공회의소와 맥킨지가 진행한 한국 100개 기업 기업조직건강도와 기업문화 진단보고서 프로젝트를 총괄했다. 최근에는 기업정신건강 및 리더십/조직개발 컨설팅 전문회사를 만들어 기업을 돕고 있다.
원문보기: http://dbr.donga.com/article/view/1201/article_no/81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