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Economy 제2149호 2022.03.09~2022.03.15일자] 매경이코노미 칼럼- 리더를 위한 멘탈 수업 (4) |
저성과자 팀원과 일하는 방법, 팀원도 리콜이 되나요?
중견 기업에서 전산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40대 팀장입니다. 저는 요즘 팀원 때문에 골머리를 썩고 있습니다. 문제가 되고 있는 팀원은 대리 3년 차로 업무 역량을 포함해 일을 처리하고 소통하는 방식에도 문제가 많은 편입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충분한 피드백을 줬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습니다. 독하게 마음을 먹고 “매번 업무 처리가 늦어져 우리 팀 성과에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정작 본인은 왜 그런 평가를 받아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겠다며 억울하다는 태도를 보이더라고요. 자신은 주어진 일을 빠짐없이 처리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런 상황이 되풀이되고 업무 정체가 심해져 다른 팀원의 불만도 쌓여가고 있습니다. 팀을 이끌어가는 사람으로서 팀원들에게 제 할 일을 하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무겁습니다. 성과가 낮은 팀원은 어떻게 이끌어야 할까요?
– 장은지 대표의 솔루션(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
그는 왜 피드백이 통하지 않을까
인간에게는 자신을 다른 사람보다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본성이 있습니다. 이로 인해 많은 사람이 “나 정도면 평균 이상이지”라고 믿는다고 합니다. 이것을 ‘평균 이상 효과(better-than-average effect)’라고 합니다. 이렇게 자신의 역량과 성과에 대해 후하게 평가하는 심리적 경향으로 팀원들은 리더와 조직이 자신에 대해 낮은 평가를 했을 때 잘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국내 모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직원의 70% 이상과 임원의 90% 이상이 자신의 성과를 ‘평균 이상’으로 평가했습니다.
조직에 저성과자가 있다면 리더는 피드백을 통해 변화를 유도하고 성과를 높이도록 도와야 합니다. 하지만 저성과자 대다수는 아무리 피드백을 주고 코칭을 해도 잘 변하지 않기 때문에 리더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합니다. 사연을 주신 분의 경우처럼 같은 상황을 놓고도 당사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동상이몽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에는 팀장의 인식이 아닌 팀원의 인식을 기반으로 피드백이 이뤄져야 하는데, 이것을 아는 리더는 많지 않습니다. 저성과자의 문제는 대부분 자기 인식의 결여에서 비롯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평가가 부당하다고 생각하죠. 따라서 리더는 먼저 팀원이 자신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돕고, 그 문제점이 무엇인지에 따라 피드백 방향도 달라져야 합니다.
기업에서 구성원에게 성과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졌다는 인상을 주려면 ‘객관적인 다면 평가’와 ‘지속적인 피드백’을 잘 활용해야 합니다. 특히 저성과자에게는 주기적인 피드백을 통해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소통함으로써 당사자가 본인의 저성과와 그에 따른 결과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걸 잘하는 회사 중 하나가 넷플릭스입니다.
넷플릭스의 리더들은 “경쟁사로 가겠다고 하는 팀원 중 최우선으로 붙잡아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비춰 팀원들을 수시로 평가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에서 반복해서 제외되는 사람은 최소 4개월분의 월급을 받고 빠르게 해고됩니다. 잔혹할 만큼 냉정한 평가 문화죠. 넷플릭스의 인재들도 ‘나 정도면 평균 이상이지’라고 생각할 텐데 냉혹한 평가를 군말 없이 받아들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수시로 이뤄지는 리더의 평가와 피드백 덕분입니다.
자기 역량을 과대평가하는 저성과자가 정확한 자기 인식을 할 수 있도록 도우려면 무엇보다 객관적인 다면 평가를 토대로 한 효과적인 피드백이 중요합니다. 저성과자를 대상으로 하는 피드백은 필요할 때마다 수시로 이뤄져야 하며, 스스로 문제점을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객관적이면서 구체적이어야 효과가 있습니다.
– 윤대현 교수의 솔루션(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열린 질문’ 통해 천천히 변화 기다려야
변화는 누구에게나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묘하고 신비로운 인간의 ‘마음’ 때문입니다. 사연자분이 팀원과 일대일로 대화를 나눌 때 사실은 네 명의 객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팀장과 팀원 외에도 팀장의 마음과 팀원의 마음도 함께 대화에 참여하는 것이죠. 그런데 사람의 언어와 마음의 언어는 서로 다른 모습을 갖고 있습니다. 사람은 논리적 언어를 사용하지만 마음은 은유적 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머리로는 이해를 했는데도 마음은 반대를 향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리더이기 전에 먼저 상대방의 행동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이해하고 인정해야 합니다. 의사들이 환자들에게 매일 운동하라고 잔소리하지만, 정작 의사들은 운동을 안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러니 사연자분이 최선을 다해서 코칭했다고 해서 팀원이 바뀔 것이라고 기대하지 마십시오. 팀원이 바뀌지 않았다고 해서 과도한 자기비판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지나치게 부정적인 자기 인식은 리더에게 추천할 만한 덕목이 아니니까요.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직면적 소통’이 있습니다. 말 그대로 상대방 잘못을 직접 지적해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게 하는 것이죠. “대리님 이번에도 마감을 못 지켰네요. 이러다가 우리 팀 실적이 꼴찌겠어요!”와 같은 직설적인 말이 직면적 소통입니다. 이 방법은 상대의 마음에 불편함과 부끄러움을 만들고 그 부정적인 감정을 이용해 행동의 변화를 유발합니다. 다만 두 사람의 관계가 멀어지거나, 반복할수록 효과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또한 저항 심리가 작용해 동기부여는커녕 있던 동기마저 없앨 수 있습니다.
동기부여를 통해 팀원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싶다면 직면적 소통보다는 ‘열린 질문’을 해야 합니다. 열린 질문이란 일방적 지시가 아닌 의견을 묻는 것입니다. “어제 지시한 프로젝트는 다 마쳤나요?” “오늘도 지각이네요. 또 늦잠 잤나요?”가 닫힌 질문이라면, “프로젝트 기획하는 데 어려움은 없나요?” “아침에 일어나는 게 힘든가요? 자꾸 지각하는 이유가 뭘까요?”는 열린 질문입니다.
열린 질문에는 리더의 일방적인 주장이나 지시가 담겨 있지 않기 때문에 팀원에게 저항감을 주지 않습니다. 그래서 마음을 좀 더 쉽게 열 수 있습니다. 프로젝트의 어려움을 물어본다면 그간 느꼈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스스로 자연스럽게 문제를 인식하게 됩니다. 스스로 문제를 인식했기 때문에 한 걸음 더 나아가 해결 방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때도 훨씬 능동적으로 대화할 수 있습니다.
리더가 열린 질문에 익숙하지 않은 이유는 변화가 빨리 일어나길 바라는 조급함과 불안감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변화든 하루아침에 일어날 수는 없습니다. 더구나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를 변화시키는 일이라면 더욱더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49호 (2022.03.09~2022.03.15일자) 기사입니다]
메인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