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Economy 제2166호 2022.07.06~2022.07.12일자] 매경이코노미 칼럼- 리더를 위한 멘탈 수업 (12) |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있지만 해결하기가 어렵습니다
중견기업에서 해외 사업을 총괄하는 임원입니다. 저의 고민은 다면평가에서 늘 최악에 가까운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최악의 평가를 받는 이유를 모르는 건 아닙니다. 제가 불도저 같은 추진력으로 일을 처리하는 독재자 스타일에 가까운 사람이라는 걸 잘 알고 있거든요.
저와 반대되는 의견이나 실수에 관대한 편도 아닙니다. 회의에서 저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이 있으면 상대가 굴복할 때까지 회의를 끝내지 않거나, 실수가 보인다면 모두가 있는 자리에서 무자비하게 잘못을 지적하고는 합니다.
저 역시 이런 저돌적인 성격이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업무 스타일 때문에 남들보다 눈에 띄는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다면평가에서 최악의 결과가 매년 되풀이되지만 회사에서 저를 계속 승진시킨 것도 결국 결과를 내는 사람이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고집불통, 막무가내로 일하다가는 변화하는 요즘 시대의 조직에서 살아남기 어렵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후배들과 부드럽게 대화하거나 다른 의견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해보지만 막상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직원이나 형편없는 보고서를 마주하게 되면 저도 모르게 평정심을 잃어버립니다. 저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 장은지 대표의 솔루션(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
무의식에 감춰진 내면의 두려움 찾아야
자신의 문제를 잘 알고 있고, 개선하고자 노력하지만 변화할 수 없는 것은 왜일까요. 스스로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는 크지만 다른 사람의 인정욕구는 무시하는 리더, 자신이 탁월하고 완벽하므로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자신에게 맞춰야 한다고 강조하는 리더, 이런 리더 대다수는 주변 평가가 어떤지 알고 있지만 자신이 유능해서 생기는 문제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핑계를 댑니다. 성과를 올리려다 보면 상처 받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이라고 합리화를 하기도 하고요.
퍼포먼스 코칭을 할 때 저는 스키마(schema)라고 하는 심리도식을 활용해 사전 진단을 진행합니다. 스키마는 자신의 양육 환경과 성장 배경에서 그렇게 사고하도록 길러지고 훈련받은 결과 패턴으로 굳어진 ‘사고의 틀’입니다.
스키마는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리더는 자신이 가진 스키마 덕분에 성공하지만, 한편으로는 그로 인해 극심한 감정적 소모를 경험하며 내적 에너지를 탕진하게 됩니다. 리더가 현실 세계를 해석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때 반응하는 감정 패턴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결정적인 힌트를 던져주는 것은 ‘부적응적 스키마’입니다. 국내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스키마 진단 결과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는 부적응적 스키마 유형은 자기희생, 인정 추구, 정서적 억제, 엄격한 기준, 과잉 비판 등이었습니다.
진정한 변화를 위해서는 무의식이라는 심층 지대까지 내려가서 그 두려움을 대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무의식의 의식화’입니다. 무의식을 의식화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무의식으로 인해 만들어진 부적응적 스키마를 긍정적으로 전환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부터 고치거나 억누르려 합니다. 그러나 말과 행동이 무의식에서 발현된 것이라면 쉽게 고쳐지거나 통제되지 않습니다. 무의식이 반영된 심리적 프레임인 스키마를 재조정하고 진정한 변화를 꾀하기 위해서는 분노 아래에 깊숙이 자리 잡은 욕구와 그 욕구의 뿌리에 있는 두려움을 알아차리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물론 스키마와 같은 내적 프레임은 오랜 시간에 걸쳐 형성된 것이라서 하루아침에 긍정적으로 재조정되거나 전환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스키마를 이해하고 두려움을 대면하는 고비를 넘기고 나면, 감정을 흘려보내고 행동을 멈추는 연습을 통해 상황을 다르게 바라보는 ‘관점 전환’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관점 전환을 통해 더 나은 리더로 성장할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 윤대현 교수의 솔루션(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부정적 프레임에서 벗어나는 방법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2015년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52%가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합니다. 별것 아닌 일에도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고 심하게 화를 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지요. 그러고 나면 금세 폭풍 후회를 하고 자책감에 빠집니다. 분노를 폭발하고 후회하고 자책하는 패턴이 반복되는 겁니다.
사실 분노는 위협적인 대상으로부터 자신을 지키려는 감정 반응인 경우가 많습니다. 두려움을 드러내면 상대로부터 역공을 받을까 봐 자신의 마음을 감춘 채 분노라는 감정을 이용해 상대를 공격하는 것뿐입니다. 아마도 사연을 보내신 분은 자신의 인정욕구가 좌절되는 것이 두려워 분노라는 감정을 이용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때때로 자기 마음을 왜곡해서 사용합니다. 두렵다면서 분노하고, 사랑받고 싶은데 비난하고, 외로울 뿐인데 쇼핑 중독에 빠지고…. 이렇게 마음을 왜곡해서 부정적 감정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더 큰 부정적 감정에 대처하기 위해서입니다. 즉 두려움이라는 감정에 대처하기 위해 분노를 만들고, 사랑받지 못하는 괴로움에 대처하기 위해 비난과 미움을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마음을 왜곡해서 쓰는 것을 ‘인지왜곡’이라고 합니다. 인지왜곡은 부정적 감정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현실 세계와 사건을 있는 그대로 보는 사실충실성(factfulness)을 떨어뜨리기도 합니다. 인지왜곡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면 온 세상을 한 가지 색으로만 보이게 만드는 선글라스를 낀 상태가 됩니다. 모든 상황을 자신의 주관적인 판단에 끼워 맞추고,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어버리는 상태에 빠지는 것이죠.
직원에게 공격적이고 예민하게 굴었던 이유는 ‘저 사람은 나를 싫어하는 것이 분명해’라고 믿으면서 ‘그러니 저 사람이 나를 거절하기 전에 내가 먼저 공격해야 해’라고 왜곡된 생각을 했기 때문은 아닐까요.
사실충실성에 근거한 적절한 긍정성을 가진 사람은 매사에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결정을 내리니 주변에 좋은 사람이 많아지고 위기가 와도 지치지 않고 도전합니다. 하지만 마음이 심각하게 왜곡된 사람은 사실충실성이 떨어져 삶의 중요한 선택과 결정을 부정적인 방향으로 하게 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적대적으로 만들어버리며, 내적 에너지를 쉽게 소진해버려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기 어렵습니다.
오늘 사연을 주신 분께는 마음을 왜곡해서 쓰게 하는 부정적 프레임에서 벗어나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보시기를 권합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6호 (2022.07.06~2022.07.12일자)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