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차별없는 조직문화로 여성인재 잠재력 키워야

[DBR]알파걸이 아니어도 성공할 수 있는 세상으로

이 글은 동아비지니스리뷰(DBR) 256호 (2018년 9월 Issue 1)에 게재된 이머징 이경민 대표의 리포트 ” 알파걸 아닌 여성도 성공할 수 있게”의 주요 내용을 동아일보에서 축약하여 편집, 게재한 글입니다. 


2006년 아동심리학자인 댄 킨들런 미국 하버드대 교수가 제시한 개념인 알파걸은 공부, 대인관계, 운동 등 모든 분야에서 남성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과를 보이는 엘리트 여성들을 지칭한다.

이 신조어는 여성들이 명문대 입학과 고시 수석을 휩쓸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리면서 한국에서도 크게 유행했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 알파걸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성 리더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들이 오직 실력만으로 알파걸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들 대부분은 여성에게 불리한 남성 중심의 조직문화 속에서 성장했다. 따라서 많은 알파걸들은 여성이라는 것 자체가 불이익이 되지 않도록 남자보다 더 남자같이 일했다. 잦은 술자리도 불평하지 않았고, 출장과 야근을 자처했으며 사생활을 포기한 사례가 있었다. 결혼과 출산 이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임원으로 승진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직장 내에서 자녀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마치 가정이 없는 남자처럼 일에만 몰두했다.

알파걸들은 이 과정에서 심리적 압박을 자주 느끼게 된다. 외부의 평가를 너무 의식해 자신의 실력이나 자격을 끊임없이 의심하는 ‘가면 증후군’이 대표적인 예다. 이들은 지속적으로 자신의 업무 성과를 내는 동시에 자신이 여성으로서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재라는 사실을 증명해 내야 했다. 당연히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야 했다.

여성성을 지나치게 억압해 남성화된 알파걸들도 있다. ‘여성은 감정적이다’라는 고정관념을 깨기 위해 조직에서 요구하는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성격만 키우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포용하는 방법을 잊어버리게 된 것이다.

알파걸들은 전체 여성의 커리어 개발을 저해하는 부작용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들은 역경 앞에서 힘들어하는 여성들의 상황에 잘 공감하지 못하는 경향을 보인다. 얼음물에 뛰어들기 도전에 참가해 성공한 사람들이, 추위에 대한 공포를 이기지 못해 실패한 도전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유명한 실험 결과와 비슷한 이치다. 알파걸이 성공한 여성의 기준으로 자리 잡으면서 알파걸이 아닌 여성은 성공할 수 없다는 공식이 조직 내에 확산된 사례가 많다. 이 역시 다양한 여성 인력의 성장 잠재력을 훼손하는 등 적지 않은 문제를 낳고 있다.

알파걸의 심리적 부담을 덜고 알파걸이 아닌 여성들도 성공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성중립적인 조직 문화에서 그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한 실험 결과에 따르면 ‘남녀가 사실은 비슷하다’라는 글을 읽은 여성그룹이 ‘남녀는 차이가 있고 여성만의 장점이 있다’는 글을 읽은 여성들에 비해 높은 자존감을 보였다. 성중립적인 문화가 여성의 역량을 키우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실험이다.

성중립 문화는 ‘홍일점’, ‘알파걸’과 같이 여성성이 드러나는 단어의 사용을 금지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또 여성은 남성보다 승진하기 어렵다는 암묵적인 조직의 분위기도 없애야 한다. 조직에서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식될 때 알파걸이 아닌 여성도 성공할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될 것이다.

이경민 이머징 공동대표 kmlee@emerging.co.kr
정리=이미영 기자 mylee@donga.com


 

동아일보 원문보기 : http://news.donga.com/3/all/20180911/91941129/1
DBR 원문보기: http://dbr.donga.com/article/view/1201/article_no/8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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