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Economy 제2162호 2022.06.08~2022.06.14일자] 매경이코노미 칼럼- 리더를 위한 멘탈 수업 (10) |
나는 좋은 리더인 줄 알았습니다
보험사에서 법인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는 본부장입니다.
저의 장점을 꼽자면 편안한 심리 상태가 아닐까 할 정도로 평정심을 잘 유지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두에게 친절하고자 애쓰는 편이라 주변에서는 “사람이 그렇게 좋아서는 안 된다. 적당히 권위가 있어야 한다”는 조언을 받을 정도였고요.
그런데 지난 하반기 다면평가에서 “독단적이고 상대방 의견을 수용할 줄 모르는 경향이 강하다”는 평가를 받게 됐습니다. 매우 충격이었습니다. 저는 스스로 팀원을 존중하고 개방적이면서도 유연한 리더라고 생각해왔기 때문입니다. 모니터링 결과 이중적이고 독단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진단을 받았는데요, 제가 악의 없이 한 행동이 타인에게 그런 모습으로 비친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됐습니다.
회의 시 팀원 의견을 다양하게 수용하는 편이지만 결과적으로 틀린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제출된 기획안에서 좋은 것은 수용하고 제 의견을 덧붙여 완성하는 모든 행동이 ‘제멋대로면서 자신의 의견만을 고집하는 상사’로 설명돼버리더군요. 저는 후배들 잘못을 바로잡으려 했던 것뿐인데 제가 문제라니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 장은지 대표의 솔루션(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
자기 자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평소 성격이 원만하고 좋은 인상을 지닌 사람은 자신의 리더십에 문제가 있다는 생각을 하기가 더 어렵습니다. 스스로 하는 말과 행동이 독단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데다 다른 부서 동료나 외부 사람에게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을 가능성이 크니까요. 사연을 주신 본부장님과 함께 일하는 팀원들은 직속 상사기 때문에 솔직하게 피드백하기가 어려웠을 겁니다.
높은 지위에 있는 리더일수록 자기 자신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어렵습니다. 너무 바빠 자기 자신을 돌아볼 겨를이 없고, 용감하게 피드백을 줄 직원이나 동료도 없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자기인식은 리더의 성장을 위한 첫걸음입니다. 우리 주변의 너무나 많은 리더가 놀랍도록 자기 자신에 대해 무지하며, 자신의 문제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미국 조직심리학자인 타샤 유리크의 연구 결과 미국 유수 기업 리더들조차도 정확한 자기인식을 가진 리더는 전체의 10~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리더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정확히 아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첫 번째 이유로는 ‘성공의 함정(success trap)’을 들 수 있습니다. 과거의 성공 경험이나 전략에 사로잡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아마도 본부장님은 자신이 팀원들에게 소신껏 발언할 기회를 많이 줬다고 생각할 겁니다. 문제는 그런 의견을 적절하게 수렴하고 토론해서 참여적 의사결정을 하지는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성과가 좋았고 승진도 빨랐기 때문에 자신의 판단과 방식이 옳다는 확신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죠.
두 번째 이유는 높은 위치에 올라갈수록 주변 사람들로부터 ‘솔직한 피드백’을 받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위계질서가 강한 권위적 조직문화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실제로 다면평가를 해보면 권위적인 문화를 가진 조직일수록 리더가 스스로 평가한 자기 리더십 수준과 팀원들이 팔로워로서 평가한 리더십 수준이 큰 격차를 보입니다.
세 번째 이유는 리더로 성장하면서 자신을 온전히 돌아볼 기회를 얻지 못한 채 사회와 조직이 요구하는 방향으로 스스로를 맞춰왔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리더는 자신이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 주변 사람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는 사람인지 직시하고 솔직하게 인정해야 합니다. 그래야 갈등을 해결하고 신뢰와 지지를 바탕으로 조직을 이끌어가는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 윤대현 교수의 솔루션(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리더의 ‘내로남불’이 위험한 이유
사연자분은 평소 명상을 통해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기회가 많았으리라 예상합니다. 그런데도 왜 자신의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했을까요?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어서였을까요? ‘나는 옳다’고 생각하는 리더들 가운데 ‘자기애’가 강한 사람이 많은데요, 이들은 작은 비난에도 쉽게 무너지기 때문에 자신의 문제점을 잘 인정하지 못합니다. 본부장님 역시 독단적인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가진 문제점이 팀 내에서는 수시로 드러났을 겁니다. 그런데도 정작 스스로는 내면에 세워놓은 방어벽 때문에 이를 인지하지 못한 것입니다.
인터넷 신조어로 ‘내로남불’이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한심한 사람이나 남의 탓을 하는 것 같지만 사실 ‘내로남불’은 인간의 본능입니다. 누구나 타인의 탓을 하려는 방어적 본능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야 나를 보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본능이 이러하니 자기인식이 쉬울 리 없습니다.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문제점을 이해하는 ‘자기인식’은 저절로 되지 않고 의식적인 노력이 있어야 가능합니다. 그러려면 먼저 ‘남 탓하는 본능’부터 내려놔야 합니다.
자기인식을 어렵게 하는 방어벽은 남 탓하는 본능 때문에 생기기도 하지만, ‘회복 탄력성’을 잘못 훈련했을 때도 생길 수 있습니다. 회복 탄력성은 스트레스의 공격을 받아 마음이 움츠러들었을 때 이를 다시 탄력적으로 회복하는 힘입니다. 특히 기업의 리더들은 온갖 스트레스의 공격을 피할 수 없는 자리에 있으므로 스트레스에 대처하고 견뎌낼 수 있는 능력인 회복 탄력성을 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런 자기인식의 결여와 방어적인 회복 탄력성이 결합하면 ‘과잉 자신감’이라는 부작용을 낳게 됩니다. 본부장님이 독단적으로 회의 결과를 밀어붙이고 자기 생각만으로 기획안을 수정해버리는 심리적 배경에는 ‘과잉 자신감’이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과도한 자신감을 가진 리더는 자신을 만화 속 슈퍼히어로처럼 여겨 자아를 팽창시키고 미래에 대한 예측을 긍정적으로 포장하며 주변 비판에도 전혀 귀를 기울이지 못합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과잉 자신감이 심리적 방어 기제를 발동시켜 자기반성과 자기인식을 할 기회마저 앗아간다는 것입니다.
과도한 자신감과 자기애로 인해 자기반성을 할 기회를 얻지 못한 리더는 자칫 잘못하면 조직을 망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이런 리더는 직장인의 주된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성공하면 자신이 잘해서, 실패하면 팀원들이 잘못해서’라는 인식을 가진 리더와 함께 일하는 팀원은 동기부여가 안 될 뿐 아니라 분노와 자괴감마저 느낀다고 합니다.
갈등과 위기 상황에서 “나는 잘못 없고 다 남의 탓이다”라고 하는 리더가 있다면 자기인식의 결여를 의심해봐야 합니다. 리더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자기 자신의 모습을 되돌아보고 자신이 처한 상황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62호 (2022.06.08~2022.06.14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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