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Economy 제2151호 2022.03.23~2022.03.29일자] 매경이코노미 칼럼- 리더를 위한 멘탈 수업 (5) |
대표지만 출근이 두려운 나, 현명하게 이겨내는 방법은?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50대 중반 대표입니다. 20여년 동안 사업을 해오면서 회사는 꾸준히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습니다. 직원의 만족도나 회사에 대한 충성심도 높고, 대표인 저에 대한 신뢰도도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저는 업무적으로는 직선적이고 도전적이지만 개인적인 성향은 생각이 많고 예민한 편입니다. 그래서 회사 대표임에도 월요일 출근이 불안한 경우가 많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해방되고 싶다는 욕구가 큰데 회사가 성장할수록 그 마음이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경영에서 가장 크게 상처 받는 요인은 직원 퇴사입니다. 신뢰하고 함께 미래를 꿈꿨던 직원들이 떠날 때 대표가 아닌 인간으로서 느끼는 상실감은 시간이 지나도 적응이 되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우울증과 불안증으로 약물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경제적·사회적으로는 성공한 것 같지만, 행복하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현명하게 이겨내야 할지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 장은지 대표의 솔루션(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
대이직 시대, 직원의 퇴사는 거절이 아니다
솔직한 사연으로 고민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마음을 조금 편하게 만들어드리고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습니다. 사연을 주신 분뿐 아니라 제가 만나온 저명한 경영자와 창업자 중에도 리더의 자리가 부담스럽고, 월요일 출근이 불안하며, 일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마음을 고백한 분이 많습니다.
리더도 사람이기 때문에 두렵고 약하고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리더십 관점에서 모든 일을 혼자 해결할 수 있고, 아무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리더가 오히려 더 큰 문제를 가진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직원의 퇴사’가 가장 큰 상처인 부분은 들여다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신뢰하고 함께 일했던 직원들이 떠나는 것은 분명 리더로서 매우 힘든 경험입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정신적인 에너지가 고갈되고 치료까지 요할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과도한 수준으로 보입니다. 많은 회사가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직원의 퇴사와 이직을 겪고 있습니다.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은 이제 구시대 유물이 됐고, 조직 구성원에게 충성심을 요구하기는커녕 어떻게 하면 그들이 오래 조직에서 머물게 할 수 있을지를 회사가 오히려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시대가 됐습니다.
소위 ‘대퇴사, 대이직의 시대’는 현재 전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구성원들은 평생직장보다는 장기적인 커리어 관점에서 현재 직장에서 취할 수 있는 경력과 경험을 쌓은 후 다음 목적지로 떠나는 것이 일상화되고 있습니다. 이직을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받아들여야지 무턱대고 리더 개인의 잘못이나 책임으로 돌려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직원을 성장시켜 그들이 보다 훌륭한 프로페셔널로 성장해 회사를 나서도록 하는 것을 조직문화의 핵심으로 삼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렇다면 사연자분이 이토록 과도하게 힘들고 고통스러운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도 직원 이직을 본인의 잘못으로 생각하고, 이를 ‘관계에 대한 거절’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직원 이직은 그의 독립적인 선택일 뿐, 감정적 거절이거나 대표 개인의 능력에 대한 인정 절하 때문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은 확대 해석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과거 꿈꿨던 것보다 경제적·사회적으로 더 성공한 것 같지만 행복하지는 않다는 말씀에 마음이 아픕니다. 행복이 최종 목적지가 되면 우리의 현재는 목적을 위한 희생과 불행으로만 가득 차게 됩니다. 목적과 의미는 위대할 수 있지만 과정에서 순간순간의 행복이 빠진 삶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관점을 조금 바꿔보면 어떨까요? 사업과 일에 대한 비장함을 조금 덜어내고, 사소하고 작은 것에 감사하는, 그래서 중간중간 행복한 리더로서 롱런하시기를 바라봅니다.
– 윤대현 교수의 솔루션(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스트레스는 삶의 훈장, 수용의 태도 가져야
요즘 제가 잘 사용하는 단어인 ‘팩트 체크’로 이야기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팩트 체크는 마음 관리에도 중요합니다. 내 마음에 대해 잘못 알고 있어 불필요한 스트레스나 불안, 부정적 사고 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감정적으로 섬세해지고 과거에 대한 회한이 몰려오면 선글라스를 낀 것처럼 객관적인 해석에 왜곡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잘 살아도 스트레스는 존재합니다. ‘스트레스’를 무조건 해소해야 할 존재처럼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스트레스는 모두에게 존재하는 ‘나’라는 영화의 시나리오이자 삶의 훈장이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교정이나 변화가 아닌 ‘수용(acceptance)’이 필요합니다. 수용은 이해가 아닙니다. 이해는 안 되더라도 마치 극장에서 상영되는 영화를 보거나, 흘러가는 강물을 보듯 물끄러미 바라보는 마음의 자세입니다.
리더란 참 어려운 역할입니다. 자신의 본능 에너지를 잘 활용해야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자신의 마음을 우선순위에서 뒤로 미뤄놔야 합니다. 때문에 리더로서 일군 회사의 성공과 마음의 성공이 꼭 일치하지는 않습니다. 경제적 성공이 행복감을 주는 주된 매개는 ‘자유’입니다. 그런데 반대로 리더로서 회사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자유라는 욕구를 눌러야 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성공한 리더가 되기 어렵고 경제적·윤리적 문제에도 빠지기 쉽죠.
사연자분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드는 것은 내가 인생을 잘못 산 사인(sign)이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직원들에게 회사에서 해방되고 싶은 마음을 알릴 필요는 없지만, 이를 두려워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마음의 태도입니다. 해방이나 자유는 식욕 이상의 본능적인 욕구입니다. 배고픈 것을 알게 될까 봐 두려워할 필요가 없는 것처럼요.
직원 퇴사에 대한 ‘배신’과 ‘억울’은 내가 못나서 나만 겪는 고통이 아닙니다. 믿지 않으면 배신도 없고, 열심히 하지 않으면 억울할 일도 없으니까요. 그래서 성공한 리더에게 배신과 억울의 기억은 트라우마처럼 존재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연자분이 느끼는 ‘해방에 대한 욕구와 상실감’은 개인의 결핍이나 문제가 아닌 ‘내 인생’이라는 영화의 자연스러운 한 부분입니다. 불편하지만 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소중한 삶의 내용이죠. 내 삶을 영화처럼 조금은 여유를 갖고 바라봐야 합니다. 앞서 말한 ‘수용’처럼요.
마지막으로 사연자분이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행복을 감정으로 여기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정은 부정적인 경우도 많고 워낙 불안정해 나의 감정 상태로 행복을 정의하면 행복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행복의 기준을 감정보다는 가치로 옮겨보세요. 우선 멋진 나를 칭찬해주는 것부터 시작해봅시다. 마치 최선을 다해 사는 영화 속 주인공을 멋지게 느끼는 것처럼 말이죠!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51호 (2022.03.23~2022.03.29일자) 기사입니다]
메인사진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