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내 우울증… 사표 내는 2030
이 글은 국민일보의 [세태기획] 기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2017. 7.18)
대기업 유통업체에서 5년 동안 근무했던 김모(29·여)씨는 지난 3월 사표를 냈다. 우울증 때문이었다. 김씨는 17일 “부서 분위기가 억압적인데 선배가 욕도 수시로 했다”며 “비전까지 보이지 않아 우울감이 컸다”고 말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할 생각에 심장이 조여 왔다. 사무실에 들어서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입사 1년 만에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우울증 초기 단계라고 진단했다. 견뎌보려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증상은 더 심해졌다. 김씨는 결국 살기 위해 회사를 그만뒀다.
젊은 직원들이 직장 내 우울증 때문에 회사를 떠나고 있다. 우울증의 원인은 다양하지만 청년실업난 속에서 높은 경쟁률을 뚫고 입사한 회사를 그만둘 정도로 심각하다.
대기업 건설사에 재직 중인 임모(30)씨는 다음 달 근무를 마지막으로 3년간 일했던 회사를 떠난다. 가족과 떨어진 채 해외에서 장기간 근무하다보니 우울감이 커진 탓이다. 임씨는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우울했다”며 “부서 상사들을 보면서 이런 생각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업체 잡코리아가 직장인 635명을 대상으로 지난 4월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10명 중 8명 이상은 사무실에만 출근하면 무기력해지고 우울해지는 ‘직장 내 우울증’을 겪고 있다. 최고경영자와 부장급을 제외한 모든 직급에서 우울증을 경험한 비율이 80%를 넘었는데, 특히 사원급이 84.6%로 가장 높았다.
신입사원의 우울증은 심각한 경우 자살로 이어지기도 한다.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은 우울증으로 자살한 한 건설사 신입사원에 대해 “자살 직전 극심한 업무 스트레스 및 정신적 고통으로 우울증이 악화됐다”며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우울증의 가장 큰 원인은 ‘비전이 안 보인다’는 답답함이었다. 잡코리아 조사에서 ‘나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확실한 비전’(47%)이 우울증 원인 1위, ‘회사에 대한 불확실한 비전’이 2위였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사원급 직원들이 상사들의 구태의연한 모습에서 미래를 못 보는 것”이라며 “지금 젊은 세대가 갖고 있는 세계관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차장급 위로는 직급이 높아질수록 우울증 경험 비율이 낮아지는데, 임원급만 82.4%로 높은 이유도 ‘비전의 부재’와 관련있다. 임원급은 계약직 신분인 데다가 계약이 만료되면 은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위는 ‘과도한 업무량’이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명문 도쿄대를 나와 일본 최대 광고회사에 들어갔던 20대 신입사원이 한 달 100시간이 넘는 초과근무에 시달리다 자살하면서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일본은 초과근무와 잔업을 줄이기 위한 대대적인 변화가 이뤄졌다. 한국은 초과근무를 줄이기는커녕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경우도 흔하다.
경직된 직장문화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새로운 세대에 걸맞은 눈높이에서 회사 스스로 직장문화를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문보기: http://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3785161&code=11131100&cp=n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