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카 찍고 게임 하고… 회장님이 달라졌어요

재계에 소통 바람이 분다. B2C기업뿐만 아니라 B2B까지 다양한 소통플랫폼으로 회사를 적극 홍보하는 데 한창이다.
임직원이 직접 브이로그로 회사생활이 어떤지, 회장이 자주 찾는 맛집은 어디인지, 새로운 연구센터 풍경은 어떤지 등을 소개하기도 한다.
제품의 개발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소비자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사례는 흔한 일이며 주주와의 소통은 필수 경영요소가 됐다.

<머니S>가 재계의 새로운 소통 풍경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재계에 부는 ‘소통경영’ 신바람-②] 직접 메시지 전달해 진정성 높이다

‘회장’, ‘오너’, ‘총수’. 일반인들은 ‘오르지 못할 나무’ 같이 느껴진다. 한국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을 운영하고 재산 또한 막대하다. 웬만한 금수저들도 이들 앞에서는 한수 접고 들어간다. 격을 없앤다는 것이 말은 쉽지만 ‘재벌가로 태어난’ 회장님이 평직원들과 간극을 좁히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이들이 가까워지고 있다. 편하게 식사하고 대화를 나누며 때로는 게임도 함께 즐긴다. 틀에 박힌 상하 간 대화가 아닌 허심탄회한 얘기가 오갈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끝없이 고민한다.

오너일가의 사내소통 강화는 단순한 친밀감을 넘는 의미를 가진다. 자신의 경영방침을 최고경영자(CEO) 등 다른 사람의 입을 빌려 말하는 것이 아닌 직접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진정성을 가질 수 있고 회사의 지속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평이다.

 

◆격 허물기 나선 회장님

이 같은 모습이 나타난 것은 세대가 변한 이유가 가장 크다. 젊은 총수라 할지라도 대부분 50대를 넘긴 소위 베이비붐 세대다. 반면 최근 입사한 직원부터 과장급 이하의 경우 대부분 밀레니얼 세대가 자리잡고 있다.

자라온 환경도 다른데 개방적 문화에 익숙한 밀레니얼세대를 이끌기 위해서는 단순히 많은 연봉을 주거나 애사심·책임감을 요구하는 것만으로 부족하다. 이런 마인드로 회사를 경영하다가는 ‘꼰대’를 넘어서 자칫 총수일가의 ‘갑질’로 번질 수 있다.

회사의 지속성장을 위해 기업들이 변화하는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사내소통 강화다. 구성원들과 함께 호흡하지 않으면 오래지 않아 도태될 것이라는 것을 회장들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최근 가장 활발한 행보를 보이는 총수는 최태원 SK 회장이다. 최 회장은 올 들어 점심시간을 활용한 ‘행복토크’를 선보였다. 직원들을 모아놓고 하는 형식적인 ‘메시지 전달’ 자리가 아니다. 모바일 앱을 이용해 직원들이 질문이나 의견을 올리면 최 회장이 바로 답하는 방식이다. 내용도 자유롭다. “회장님의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점수는”이란 질문에 “꽝입니다. 60점 정도 될까요”라고 대답했고 “팀원이 팀장을, 팀장이 임원을 택해 일하는 인사제도 도입”에 대해서는 “그런 류의 과감한 발상을 하는 퍼스트펭귄(도전자)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답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구광모 LG 회장은 지난해 별도의 취임식을 열지 않았으며 직함도 회장 대신 대표를 쓰도록 했다. 올초 시무식에서는 임직원들에게 정장이 아닌 비즈니스캐주얼을 입도록 하는 등 틀에 얽매이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다. 1978년생인 그가 재계 4위 그룹에서 보인 리더십에 내부 반응도 호의적이라는 평이다.

 

◆식사·등산부터 셀카도 ‘찰칵’

식사는 소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자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 회장은 최근 구내식당을 방문해 직원들과 식사를 나누는 훈훈한 장면을 보여줬다. 고급 식당에서 따로 자리를 마련한 게 아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달랐다. 신 회장의 경우 평소에도 구내식당을 즐겨 찾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직원들과 찍은 사진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화두가 되기도 했다.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도 5~6명의 직원들과 점심은 물론 저녁을 같이하고 스마트폰을 선물한 적도 있는 것으로 전해지는 등 스킨십 경영에 적극적이다.

등산도 직원과의 소통 창구로 꼽힌다. 산행을 하면서 좋은 경치를 즐기고 이런저런 격 없는 대화를 나누기에 제격이기 때문이다. 풍림산업의 이필웅 회장은 과거 직원들과 야간산행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명절에 들어온 선물을 직원들에게 나눠줬다는 일화도 있다.

총수일가는 아니지만 박종원 전 코리안리 부회장도 대표적인 등산 마니아로 잘 알려졌다. 특히 2012년에는 전직원의 절반에 가까운 인원을 데리고 2주간 히말라야를 등반했으며 기념책자 출간과 함께 본사 1층에 등반 사진을 전시하기도 했다. 박 전 부회장은 재무부 출신으로 1998년부터 2013년까지 15년간 대표를 지낸 장수 CEO다.

현재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원종규 코리안리 사장은 고 원혁희 회장의 삼남이다. 그는 박 전 부회장과 달리 조용한 타입으로 외부에 드러내지 않지만 특유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내부 결속을 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힐링공간 조성… 직원과 게임도

워라밸 향상을 위해 업무 공간을 탈바꿈시키는 경우도 있다. 장세욱 부회장은 을지로에 위치한 페럼타워 본사에 다트룸과 테라피스트를 갖춘 헬스케어룸을 마련했으며 때때로 직원들과 다트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여의도 본사에 레스토랑, 수면공간, 세탁실, 헤어숍, 헬스장, 사내병원 등을 마련했다. 모두 직원의 사기진작을 높이고자 하는 취지다.

SNS는 대표적인 소통 창구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정태영 부회장이 선두주자로 꼽힌다. 둘 모두 자신의 경험이나 의견 등을 자유롭게 올리는 동시에 회사 주요사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다.

정용진 부회장은 올 2월 선보인 새 화장품 브랜드 ‘스톤브릭’의 립스틱을 론칭하기 전 먼저 공개해 관심을 끌었다. 고객과 소통은 물론 마케팅 감각도 탁월해 ‘최고의 세일즈맨’으로도 손색없는 모습이다. 정태영 부회장은 과거 현대카드 매각설이 나돌았을 때 SNS를 통해 입장을 전달하며 내부 동요를 막은 사례가 있다.

장은지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는 “최근에는 오너의 생각이 CEO보다 진보적인 경우가 많다. 과거처럼 CEO를 통한 경영관여는 속도가 나지 않는 상황”이라며 “오너가 직접 메시지를 전달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점에서 진정성을 더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너가 먼저 간극을 좁힘으로써 조직 수평화가 이뤄지고 구성원도 보다 기민하게 움직이게 돼 긍정적인 혁신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이런 선순환 구조로 고객가치는 물론 사회적가치 실현 차원에서도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S> 제602호(2019년 7월23~29일)에 실린 기사입니다.

장우진 기자 jwj17@mt.co.kr

 


 

머니S 뉴스 원문보기 : http://naver.me/GqOiu85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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